슈바베지수, 주거비를 활용한 가계경제의 척도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지출 패턴을 파악하여 그 사람의 경제수준을 가늠하는 여러 지표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엥겔지수가 있고, 오늘 다룰 예정인 슈바베지수도 그런 지표 중 하나이죠. 오늘은 가계의 소득수준과 주거비의 관계를 분석하는 슈바베법칙과 슈바베지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슈바베지수 포스팅

  슈바베 지수와 슈바베 법칙

 

높은 주거비를 요구하는 고급주택

 

여러분들은 한달 예산 중 주거비로 얼마나 지출하시나요? 아마 자취중인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면 한달 예산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클겁니다. 특히나 집값이 비싼 서울에 거주한다면 주거비 비중이 더 커지는건 불 보듯 뻔한 일이죠.

 

그렇다면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버는 유명인사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주거비로 큰 돈을 지출하겠지만, 그렇다고 일반사람들이 이들을 걱정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이들이 주거비로 지출하는 돈은 이들이 버는 전체 소득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위의 사례처럼 우리가 이미 경험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사실을 실제로 분석한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독일의 경제학자인 하인리히 슈바베입니다. 슈바베는 1868년 베를린시의 가계조사를 통해 '가계소득과 주거비 지출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여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슈바베 법칙입니다.

 

· 슈바베 법칙(Schwabe's law)

 

소득이 증가할수록 주거비로 지출되는 절대적인 금액은 커지지만, 전체 지출액 대비 주거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는 경험적 법칙

 

법칙의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주거비에 지출하는 금액도 증가하지만, 전체 소비지출액 대비 주거비 비중은 감소하는 것이죠. 반대로 소득이 감소할수록 주거비 지출액도 감소하지만, 전체 지출액 대비 주거비 비중은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법칙에 사용되는 정량적인 지표가 바로 슈바베 지수입니다.

 

슈바베법칙과 슈바베지수 정리

· 슈바베 지수(Schwabe Index)

 

가계소비지출 대비 주거지출이 차지하는 비율

  • 가계소비지출 = 총 소비지출 - 비소비지출(세금,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
  • 주거지출비 = 집세 + 주거관리비 + 수도광열비 + 금융비용(대출상환금) + 가구집기·가사용품비

 

슈바베 지수는 가계소비지출에서 주거지출비가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 지수를 빈곤의 척도로 사용하는데, 슈바베지수가 25%를 넘으면 빈곤층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계소비지출이란 가구의 총 소비지출에서 비소비지출을 차감한 금액을 나타내는데요, 비소비지출에는 세금, 공적연금, 사회보험, 비영리단체로 이전, 가구간 이전 등의 금액이 포함됩니다.

 

주거지출에는 단순히 집세뿐만 아니라 관리비(수도, 전기, 가스, 냉난방비 등)와 각종 금융비용(주택 대출상환금 등)도 포함됩니다. 공식이 간단하기 때문에, 본인의 지출비용만 알면 슈바베지수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슈바베지수 계산 및 통계청자료 조회

 

슈바베지수를 어떻게 구하는지 예시를 들어 계산해보겠습니다.

 

· 슈바베지수 계산 예시 

  • 가계소비지출 : 200만원
  • 월세 : 50만원
  • 관리비 : 10만원
  • 전기료 : 3만원
  • 가스비 : 2만원
  • 난방비 : 4만원

 

슈바베지수의 분자에는 월세+관리비+전기료+가스비+난방비가 들어가며, 분모에는 가계소비지출이 들어갑니다.

 

슈바베지수 = (50만원+10만원+3만원+2만원+4만원) ÷ 200만원 × 100 = 15.5%

 

위의 예시의 경우 슈바베지수는 15.5%로 계산되네요.

 

통계청에서도 소득분위별, 도시별 슈바베지수를 간접적으로 구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는 '2017~2018년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지출(전국, 1인 이상)'을 통해 슈바베지수를 산출해봤는데요, 주거·수도·광열지출을 가계소비지출로 나눠서 계산해봤습니다.

 

소득1분위의 가구당 가계지출 통계
2017-2018 전국 소득1분위의 항목별 가계지출
소득10분위의 가구당 가계지출 통계
2017-2018 전국 소득10분위의 항목별 가계지출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득1분위(저소득층) 및 소득10분위(고소득층)의 슈바베지수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 소득 1분위 슈바베지수 = 228,296원 ÷ 1,062,096원 × 100 =  21.5%
  • 소득 10분위 슈바베지수 = 353,364원 ÷ 4,800,411원 ×100 = 7.4%

 

즉, 우리나라의 저소득층은 생계비의 약 21%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고, 고소득층은 생계비의 7.4%만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소득증가율보다 부동산가격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에 평균적인 슈바베지수 값도 상승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슈바베지수 vs 엥겔지수

 

앞서 서론에서 엥겔지수를 언급했는데요, 엥겔지수 역시 슈바베지수와 함께 가계의 경제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엥겔지수와 슈바베지수는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요?

 

□ 슈바베지수와 엥겔 비교
구 분 슈바베지수 엥겔지수
공 식 (주거비지출÷전체 소비지출)×100 (식료품비지출 ÷ 전체 소비지출)×100
해 석

저소득층일수록 슈바베지수가 높아짐

고소득층일수록 슈바베지수가 낮아짐 

저소득층일수록 엥겔지수가 높아짐

고소득층일수록 엥겔지수가 낮아짐

한 계

전·월세 보증금의 기회비용이 반영되지 않음

·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농경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음

· 외식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최근에는 외식비포함 엥겔지수도 따로 발표함)

 

슈바베지수가 가계의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라면, 엥겔지수는 가계의 소비지출 대비 식료품비 지출의 비율을 나타낸 값입니다. 두 지표 모두 고소득층일수록 값이 낮아지며, 저소득층일수록 값이 높아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지표 모두 19세기에 만들어진 지표이므로, 현대사회에 적용하기에는 몇가지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슈바베지수의 경우 임차보증금의 기회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2억짜리 전세집에 들어가있는 사람은 사실 이 2억원을 은행에 저축만 해둬도 연간 400만원의 이자(연이율 2%라고 가정)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2억원이 전세금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400만원의 이자를 못받는 것이죠. 슈바베지수에는 이런 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이 반영되어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독특한 주거제도는 보증금액이 상당히 크기때문에 이로 인한 기회비용이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몇몇 경제연구원에서는 슈바베지수 대신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지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한국형 슈바베지수를 계산하기도 합니다.

 

엥겔지수 역시 식료품을 자급자족하는 농경사회 및 외식을 많이 지출하는 가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여, 외식비를 포함하는 엥겔지수를 따로 산출 및 발표하고 있다고 하네요.

 

 

  마치며

 

오늘은 주거비와 소득, 소비지출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인 슈바베법칙과 슈바베지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실제로 주거비에 지출하는 금액(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이 실제 산출되는 슈바베지수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통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엥겔지수와 함께 가계경제의 척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슈바베지수, 이제는 확실히 이해가 됐겠죠?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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