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가구생계비, 소득, 그리고 주거비와 관련된 법칙인 슈바베법칙과 슈바베지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이 슈바베지수와 비슷한 의미를 담고있는 두 가지 경제지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 다룰 내용은 PIR과 RIR입니다.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rice to Income Ratio, PIR)
- 정의 : 가구당 연간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차지하는 비율
- 공식 : PIR = 주택가격 ÷ 가구당 연간소득
RIR은 가구의 연평균 소득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대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한 가구의 연간 소득이 4천만원이고, 서울 집값이 10억원이라면 이 가구의 PIR은 다음과 같이 계산해볼 수 있겠네요.
PIR = 10억원 ÷ 4천만원 = 25
PIR이 25라는 뜻은 해당 가구가 1년간 번 돈을 한푼도 안쓰고 25년동안 모아야 서울의 주택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에 비해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크면 PIR은 증가합니다. PIR이 증가할수록 가구의 주택구입능력이 낮아지며 자가점유율도 낮아집니다. 이는 개별가구의 주택마련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IR을 산정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분모의 주택가격을 지역별 평균 주택가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특정한 개별주택가격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구당 연간소득도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매년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2018년 주거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는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 PIR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위의 식을 풀이해보면, 국토교통부에서는 PIR을 (특정 시점에서의 중위 주택가격)÷(특정 시점에서의 가구당 중위소득) 또는 (특정 시점에서의 평균 주택가격)÷(특정 시점에서의 가구당 평균소득)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정방식은 OECD, UN HABITAT, PUP(Performance Urban Planning), NUMBEO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국 PIR은 중위기준 5.5배, 수도권은 6.9배로 나타났습니다. 평균기준으로는 전국 6.7배, 서울 8.6배를 기록했네요. 소득 기준으로 보면 소득 하위 가구의 PIR은 9배로, 소득 중위가구 5.2배, 소득 상위가구 4.8배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 집값이 크게 상승한 작년과 올해 기준으로 보면 전체적인 PIR값이 훨씬 상승하지 않았을까 예상되네요. 그리고 통계자료에서는 수도권 기준으로 6.9배가 나왔지만, 서울의 강남3구 기준으로 본다면 아마 20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RIR(소득 대비 주택임대료비율)
·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ent to Income Ratio, RIR)
- 정의 : 가구당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
- 공식 : RIR = 주택 월임대료 ÷ 가구당 월소득
PIR이 주택가격과 관련된 지표라면 RIR은 주택의 월세와 관련된 지표입니다. 이 지표를 통해 현재 나의 월급에서 월세로 나가는 돈이 어느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를 하나 들어볼게요. 만약 월 300만원을 버는 가구가 월세로 매달 100만원을 지출(보증금은 없다고 가정)하고 있다면, RIR은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RIR = 100만원 ÷ 300만원 = 0.33(=33%)
위의 예시에서는 월급의 약 33%를 월세로 지출하고 있네요.
국토교통부에서는 PIR과 마찬가지로 RIR에 대한 통계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위한 RIR 산정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RIR 산정방식에는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보증금에 대한 계산 방식인데요, 보증금은 연도별 월세이율로 환산하여 계산합니다. 2018년의 월세이율은 연 6.2%를 적용하여 계산하였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 임차인으로 거주하고 있다면, 임차임의 월임대료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의 환산 월임대료(2018년 기준)
- 월세 = 50만원
- 보증금의 월세이율 = 1,000만원 × (6.2%/12개월) = 약 5.2만원
- 월임대료 = 50만원 + 5.2만원 = 55.2만원
만약 전세에 거주하거나 보증금이 높은 반전세에 거주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월임대료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계산됩니다.
· 보증금 3억 전세의 환산 월임대료(2018년 기준)
- 보증금의 월세이율 = 3억원 × (6.2%/12개월) = 155만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평균 RIR은 어느정도 수준일까요?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도 중위기준 RIR은 전국 15.5%, 수도권 18.6%로 나타났습니다. 다시말해서 월급의 15~20% 정도를 주택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소득별 RIR를 살펴보면 소득 하위 가구의 RIR은 20.3%로 소득 중위 가구 16.7%, 소득 상위 가구 18.3%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득 하위가구의 주거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이전에 포스팅했던 슈바베법칙과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네요.
마치며
오늘은 부동산과 관련된 두 가지 용어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과 RIR(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최근들어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PIR과 RIR이 과거 대비 상당히 올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PIR과 RIR이 상승하면, 무주택자와 임차인 입장에서는 근로의욕과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소득상승분보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 결국 내집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질테니 말이죠. 아무쪼록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통해 이 비율이 국민 모두에게 합리적인 수준으로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