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은 2005년 1,000만명을 돌파 한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여 2018년에는 무려 2,8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매년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서 새로운 항공사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형항공사가 아닌 저가항공사들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저가항공사가 무엇인지, 무엇때문에 저가항공사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저가항공사란?
최초의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
·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
영업과 운송 방식의 단순화, 서비스의 최소화, 조직의 다기능화 등을 통해 운영 비용을 줄여 이용객들에게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는 항공사를 말하며, 저가항공사라고도 부름.
·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
원래는 없던 용어였으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와 기존의 대형 항공사를 구분하기 위해 생긴 용어. 대형 항공사 또는 일반 항공사라고도 부름.
항공사를 떠올리면 어마어마한 자본을 바탕으로 설립된, 엄청난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비행기 한 대의 가격만 해도 어마어마할텐데, 그런 비행기를 수십 수백대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항공사의 규모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실 항공사들은 회사의 규모(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안정된 업종은 아닙니다. 왜냐면 항공사의 영업이익은 유가, 환율, 자연재해 등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유가, 그리고 환율변동으로 인한 유류비 구입비용의 증가(유류비 구입은 달러로 하기 때문)는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대폭 낮추었으며, 전세계의 대형 항공사들은 누적되는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 또는 인수합병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런데 항공산업 전체가 휘청위던 와중에도 주목할만한 실적을 올리던 항공사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입니다. 이 기업은 미국 국내선을 위주로 운영하던 항공사였는데, 다른 대형 항공사들이 적자로 문을 닫는 와중에도 꾸준한 매출성장과 견조한 영업이익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불황이었던 항공업계에서 어떻게 이 회사만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전략을 살펴보니, 기존의 항공사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단거리 노선을 저운임, 고빈도로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비용절감 정책을 펼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불황이었던 항공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룬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전략은 업계의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죠. 다른 항공사들도 사우스웨스트의 전략를 바탕으로 저비용항공사(LCC)를 설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
우리나라 역시 80~90년대의 해외여행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왜냐면 당시에는 해외여행의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았을 뿐더러, 항공권을 포함한 해외여행 비용도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항공사들의 마케팅 및 서비스 전략도 상당히 고급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슬로건인 "엑셀런스 인 플라이트(Excellence In Flight)" 만 봐도 알 수 있죠.
지금은 80~90년대와는 달리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문턱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항공기술의 발달과 규모의 경제(수요의 증가)로 인해 점점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지기도 했구요. 이처럼 사람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항공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즘 여행의 트렌드는 과거와는 달리 항공보다는 여행지에 중점을 두는 트렌드로 변했습니다. '굳이 이동수단에 큰 돈을 들이지 말고 그 돈 아껴서 현지에서 즐기는데 쓰자!'라는 인식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실용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원하는 수요층이 늘기 시작하였고 기업도 안정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저비용 전략을 선호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의 연도별 항공사 점유율을 보면, 매년 LCC 항공사의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존의 일반 항공사들도 자회사로 저가항공사를 설립했는데요,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설립했습니다.
2019년 7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저가항공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19년 기준 한국의 저가항공사(거점 공항) 목록
- 제주항공(인천,제주)
- 진에어(인천,김포)
- 에어부선(김해)
- 에어서울(인천)
- 이스타항공(인천,김포)
- 티웨이항공(인천,제주)
- 에어로K(청주)
- 플라이강원(양양)
대형항공사(FSC) vs 저가항공사(LCC)
그렇다면 저가항공사와 대형항공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항목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 분 | 대형항공사(FSC) | 저가항공사(LCC) |
---|---|---|
항공권 가격 | 100 | FSC의 50~70 수준 |
운항 전략 | 허브 앤 스포크 | 포인트 투 포인트 |
항공기 기종 | 다양함 | 획일화 전략(정비비용 절감) |
주요 노선 | 장거리 & 단거리노선 | 단거리노선 위주 |
거점 공항 | 이용료가 비싼 대도시 공항 | 이용료가 저렴한 중소공항 |
수하물 | 무료 | 대부분 유료 |
기내서비스 | 무료 | 최소화 |
취소·변경 수수료 | 낮음 | 높음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가항공사는 일반항공사에 비해 항공권이 저렴합니다. 저가항공사의 설립목적이 승객들에게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기 위함이죠.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운항 전략입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을 통한 대규모 운송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형 항공사끼리 항공동맹(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등)을 맺는 이유도 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저비용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 방식 대신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Point to Point)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포인트투포인트 방식은 별도의 환승 없이 목적지에서 목적지까지 직항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 허브가 없기 때문에 전체 운항 노선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이 방식은 돈이 되는 노선만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고, 직항이기 때문에 운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브앤스포크 방식처럼 규모의 경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죠.
FSC가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는 반면, LCC는 거의 단일기종의 항공기만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종이 다르면 기종에 맞는 정비사나 기장을 양성해야 하므로, 인건비나 관리비 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죠. LCC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대체로 보잉 737 또는 에어버스 A320, A321 기종인데, 이 기종들은 항속거리(운항거리)가 짧은 단거리 노선 전용 기종들입니다. 그래서 LCC는 주로 단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점 공항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형항공사는 주로 대도시에 위치한 공항을 거점으로 사용하므로, 공항이용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반면 저가항공사는 지방 중소공항을 거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항이용료가 저렴한 편이죠.
그 밖에 저비용항공사는 원가절감을 위해 여러 기내서비스를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식사나 술 제공 등을 유료로 운영하며, 좌석에 부착된 TV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탁수하물도 일반적으로는 수수료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공권 취소 및 변경 수수료도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저비용항공사들은 위와 같이 다양한 비용절감 방식을 통해 승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무엇인지, 어떤 전략을 통해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저렴한 항공권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항공업계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두고볼 필요가 있겠네요.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