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인플레이션 뜻과 사례 살펴보기

전세계의 물가는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가변화는 국가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면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펀더멘탈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죠.

 

물가변화와 관련된 경제용어도 많이 있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 반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이 경제관점에서는 가장 좋은 경우지만, 가끔 물가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급격히 상승하여 경제가 초토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배울 내용은 이런 급격한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용어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포스팅 썸네일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용어의 정의

·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물가가 극단적인 속도로 상승하는 현상. 보통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정부의 통제가 벗어날 정도로 급격한 물가상승(1개월에 50%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를 나타냄.

 

초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지만 우리에겐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더 익숙한 이 용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너무 커져서 더이상 수습할 수 없을만큼 물가가 상승할 때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입니다.

 

도대체 어느정도로 물가가 상승해야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걸까요? 미국의 경제학자인 필립 케이건(1927~2012)은 본인이 1956년에 쓴 저서 "The Monetary Dynamics of Hyperinflation"에서 '물가가 한달 내에 50% 이상 오를 때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정도의 물가상승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실제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하급수적으로 물가상승이 일어나곤 합니다. 초기에는 1개월에 50%의 상승률을 보이지만, 나중에는 1개월에 수천, 수만% 이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죠. 오늘 라면 1봉지 가격이 1,000원인데, 한달 뒤 라면 1봉지의 가격이 100만원이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 혼란스럽겠죠?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니 다른 나라에서 정말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했더라구요. 심지어 지금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진행중인 나라도 있구요.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원인과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왜 발생했는지 제 나름대로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 뒤에는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원인

 

전쟁, 국가부도 등의 원인으로 인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나빠져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화폐 발행규모는 커질 때.

 

표면적인 원인은 다양합니다. 전쟁, 국가부도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독립, 화폐개혁의 실패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죠. 어쨌든 이런 원인들로 인해 화폐 발행주체인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화폐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화폐가치는 급락하고 반대로 물가는 급등하게 됩니다.

 

우리가 단지 종이쪼가리인 화폐를 통해 물건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이 화폐는 이 물건을 살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대다수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는 물건(부동산, 자동차, 필수재 등 화폐가 아닌 모든 실물)을 갖고 있길 원하지, 언제든지 휴지로 전락할 수 있는 화폐를 지니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자연스레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겠죠.

 

그렇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예상 하셨겠지만 결과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회복하거나 아니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로 말이죠.

 

·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결과

 

① 강력한 재정개혁을 통한 정부의 재정건전성 및 신뢰성 회복으로 물가 안정화.

② 급격한 물가상승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국가경제 붕괴.

 

독일, 헝가리같은 경우에는 기적적으로 정상물가를 되찾았지만, 애초에 경제구조가 탄탄하지 못했던 나라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습니다. 실제로 어떤 어떤 나라들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겪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사례

  ①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

· 사건 경위

  1.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및 독일의 패배.
  2. 독일이 전후 복구를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통화(파피어마르크)를 발행함.
  3. 패전 후 공업 생산능력이 떨어져 생필품의 공급이 줄고 수요가 급증함.
  4. 화폐의 가치가 급감하고 물가가 급증하기 시작(1919~1921년 사이 물가상승률이 1조 배에 달함).
  5. 1923년 11월 독일이 렌텐마르크라는 새 화폐를 발행한 후, 파피어마르크화와 1조 대 1의 비율로 화폐교환 실시.
  6. 독일 정부가 새 화폐단위인 '렌텐마르크'를 발행, 유통하여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멈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약 5년간 이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독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특히나 독일은 전쟁의 패배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전쟁배상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등 국가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죠. 

 

독일 정부는 재정확보를 위해 당시 화폐인 파피어마르크를 엄청나게 발행하였는데요, 시장에 많은 양의 화폐가 풀리다보니 자연스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독일의 산업시설 전반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생필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더 가속화 될 수밖에 없었죠. 1919년부터 1921년까지 약 3년의 기간동안 독일의 물가는 무려 1조 배나 상승했습니다. 이 당시 화폐가치가 얼마나 무의미했냐면, 땔깜으로 나무를 사는것보다 그냥 지폐를 태우는게 더 경제적이었다고 합니다.

 

독일의 1조마르크화 동전
독일이 발행한 1조마르크 동전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독일 정부는 1923년 11월에 파피어마르크 대신 렌텐마르크라는 새 화폐를 도입했으며, 기존의 파피어마르크와 [1조 : 1]의 비율로 화폐교환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기존과 달리 렌텐마르크의 발행을 정부에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물가상승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경험은 독일에게 큰 교훈을 하나 남겨주었습니다. 물가안정이 경제시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깨닫게 해주었죠. 하이퍼인플레이션 이후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Bundesbank)는 전세계의 그 어떤 중앙은행보다도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삼았으며, 현재 독일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안정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② 2차 세계대전 이후 헝가리

· 사건 경위

  1.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의 전쟁터가 되면서 운송산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시설들이 피해를 받음. 헝가리의 경제활동은 사실상 타국간의 전쟁으로 인해 무너짐.
  2. 헝가리 정부는 재정확보를 위해 당시 화폐인 펭괴를 엄청나게 발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 1946년 5~7월에는 월간 인플레이션율이 4.19×1017%(약 42경%)였음.
  3. 인플레이션때 헝가리 정부는 1해(1020)펭괴 지폐까지 발행하였는데, 이는 당시 미화 0.2달러에 지나지 않았음. 
  4. 정부는 1946년 7월 대대적인 조세개혁을 단행함과 동시에 1946년 7월 31일부로 화폐 단위를 펭괴에서 포린트로 변경함. 당시 펭괴-포린트간 교환비율은 40양(4×1029)펭괴 : 1포린트였음.
  5. 강력한 조세개혁 및 화폐개혁을 통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는 독일과 러시아의 격전지였습니다. 불행히도 남의 나라들의 싸움에 의해 국토 대부분이 초토화된 것이죠. 이렇다보니 헝가리의 자국 산업은 대부분 멈춰버렸고, 급기야 국가재정이 바닥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헝가리 정부는 재정확보를 위해 자국 화폐인 펭괴를 왕창 발행하기 시작하였는데요, 시중에 화폐가 쏟아지다보니 자연스레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물가는 화폐가치에 반비례하여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헝가리의 인플레이션이 가장 극악으로 치닫던 1945년과 1946년도에는 하루 사이에도 물가가 2~3배 이상씩 상승했고, 1946년 5월에서 7월까지는 월간 물가상승률이 약 42경%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이 수치는 역대 하이퍼인플레이션율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헝가리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헝가리의 지폐를 줍지않고 쓸어버리는 청소부

 

정부에서는 1946년 7월 11일에 1해 펭괴 지폐까지 발행했는데요, 여기서 1해는 1조의 1억 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일반인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지만 당시 이 화폐의 가치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고작 0.2달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헝가리 정부는 1946년 7월 31일부로 기존 화폐인 펭괴를 버리고 새로운 화폐인 포린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펭괴-포린트간 교환비율은 [40양펭괴 : 1포린트]였는데, 여기서 40양은 4×1029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합니다.(4 뒤에 0을 29개만 붙이시면 됩니다;;) 어쨌든 헝가리는 대대적인 조세개혁 및 화폐개혁을 실시한 끝에 간신히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헝가리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기존 화폐를 새로운 화폐로 대체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네요.

 


   ③ 자국화폐를 포기한 짐바브웨

· 사건 경위

  1.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은 2000년 토지개혁을 통해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토지의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던 백인들은 짐바브웨를 떠남.
  2. 이후 무가베 정권은 자국 국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하였으나, 농업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여 국가 전체적인 농업생산량이 급감하게 됨.
  3. 국가경제의 근간이었던 농업산업의 쇠퇴로 정부재정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정부는 재정 마련을 위해 화폐발행을 늘리기 시작함.
  4. 시중에 상품은 없는데 화폐는 넘쳐나니 화폐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상승하기 시작함. 
  5. 정부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차례 화폐개혁을 실시하나 모두 실패하고, 2009년부터 짐바브웨 달러는 사실상 화폐로써의 가치를 상실함.
  6. 대신 미국 달러, 유로화, 남아공의 랜드 등 타국화폐를 법적통화로 사용하는 복수통화제도를 도입.
  7. 2015년,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자국화폐인 짐바브웨달러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는 선언을 함. 국가경제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름.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
하이퍼인플레이션 당시 발행한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

 

20세기 중반까지 짐바브웨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1965년에는 로디지아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으나, 이때까지는 소수의 백인들이 정권과 부를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로디지아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아프리카계 흑인들은 흑인들의 정치참여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였고, 비로소 1980년 짐바브웨라는 이름의 나라로 다시 독립함으로써 다수의 아프리카인이 정권을 지배하게 됩니다.

 

짐바브웨의 독립에 큰 공헌을 한 로버트 무가베는 1988년부터 짐바브웨의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2017년까지 약 30년 가까운 기간동안 짐바브웨의 정권을 잡았습니다. 무가베 정권 초기에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잇다른 정책실패로 인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짐바브웨의 국가재정이 큰 타격을 입은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정부의 토지개혁 부터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여 국민들에게 재분배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토지의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던 백인들은 토지를 몰수당하고 짐바브웨를 떠나게 됩니다. 서방국가들은 짐바브웨의 인권유린 등을 문제삼아 무상원조를 중단시키거나 경제적 제재를 가했습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더 발생합니다. 토지를 배분받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백인들로부터 농업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한 상태로 농사를 지어야 했던 것이죠. 제대로된 농업기술과 농기계 없이 농사를 하니 당연히 생산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부터 국가경제의 근간이었던 농업이 급격히 쇠퇴하였고, 정부 재정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재정확충을 위해 돈을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 출처 : "On the Measurement of Zimbabwe's Hyperinflation", Steve H. Hanke and Alex K. F. Kwok

 

시중에 상품은 없는데 돈만 많이 풀리다보니 자연스레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죠. 짐바브웨 정부의 자체발표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7월까지의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약 3억%에 달했다고 하며, 미국의 경제학자인 스티브 한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8년 11월 짐바브웨의 월간 물가상승률은 약 800억%나 되었다고 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달걀 1개의 가격은 3500억 짐바브웨달러 였습니다. 즉, 1조 짐바브웨달러로 달걀 3개조차 구매할 수 없었던 것이죠.

 

정부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종 화폐개혁들을 실시했지만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2009년부터는 미국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등을 법적 통화로 사용하는 복수통화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사실상 자국화폐인 짐바브웨 달러를 포기한 것이죠. 이후 물가는 안정수준으로 접어들었다곤 하지만 이미 국가경제도 파탄에 이른 지경이라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했다고 평가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④ 가장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 사건 경위

  1. 베네수엘라는 경제 대부분을 석유생산에 의존하는 산유국임.
  2. 1999년 베네수엘라의 쿠데타로 인해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음.
  3. 차베스의 공격적인 복지정책에 의해 국가 내 모든 산업들의 생산성이 급감함.
  4.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산업을 국유화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해외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 초래.
  5. 외화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고정환율제, 외환거래금지 등)이 잇따라 실패하여 경제악화 심화.
  6. 2013년 이후 국제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 및 과도한 물가상승 시작.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은 현재도 진행중임.

 

베네수엘라는 전세계 원유매장량 1위의 산유국입니다. 석유로 가장 유명한 사우디보다도 석유매장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죠. 원래는 비옥한 농토를 바탕으로 농축산업도 발달했었지만, 석유가 워낙 잘팔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농축산업은 쇠퇴하였고 지금은 국가경제가 대부분 석유생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베네수엘라는 석유가격의 변동에 의해 경제가 쉽게 휘청이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경제적으로 휘청이기 시작한 것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우고 차베스가 본인의 지지기반인 빈민층을 위하여 대규모 복지정책을 실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정부는 해외로부터 물자를 수입하여 국민들에게 값싸게 제공하는 복지정책을 펼쳤는데, 문제는 정부가 너무 싸게 물품을 제공하다보니 자국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여 자국 내 모든 산업이 초토화된 것입니다. 기업들이 무너지자 정부는 재정확충을 위해 부랴부랴 석유산업을 국유화 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해외자본은 베네수엘라에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대거 철수하게 됩니다.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환거래를 전면금지 시켰으며, 적은 돈으로 많은 외환을 보유하기 위해 자국화폐인 볼리바르화의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하여 환율을 고정시켜 버립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원래 시장가격으로는 10,000볼리바르화로 1달러 밖에 환전하지 못하는데, 정부가 환율을 10볼리바르화/1달러로 고정시켜서 10,000볼리바르화로 1,000달러를 환전하고자 한 것이죠.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렇게 했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정부는 이중환율제도라는 일종의 꼼수까지 도입하였는데요, 이 이중환율제도란 생필품, 의약품, 공공재에 적용되는 환율(=정부가 지정한 공식환율)과 그 외의 물품에 해당하는 환율(=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환율)을 다르게 책정한 것입니다. 당시 시장환율이 공식환율의 300배에 달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생필품, 의약품 등을 수입해와봤자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져서 아무도 생필품을 수입해서 팔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생필품의 공급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생필품의 물가가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타오르는 물가상승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국제유가의 폭락이었습니다. 2013년 이후 미국의 셰일혁명과 산유국들간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유가가 급락하자, 베네수엘라는 그나마 있던 수익원까지 상실하게 됩니다. 국가경제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이죠. 이후에도 베네수엘라의 엄청난 물가상승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IMF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20만%라고 합니다. 작년에 라면 1봉지가 1,000원이었다면 올해는 1봉지에 200만원이 된 것입니다. 정말 아찔하죠...?

 

 

 

마치며

 

오늘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나타내는 용어인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예시를 정리해보니 몇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정부의 재정악화로 인한 무분별한 화폐발행과 국가생산성의 감소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말이죠. 국가경제에 있어서 물가안정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부의 현명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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