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꿀 언제부터 먹여야할까? 보툴리누스균의 위험성


작년에 일본에서 생후 6개월의 영아가 꿀을 섞은 이유식을 먹고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기가 천연식품인 꿀을 먹고 사망하다니..? 언뜻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간이 잘 발달되지 않은 시기의 영아에게 꿀은 매우 위험한 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꿀 속에 함유된 보툴리누스균이 영아에게 왜 위험한지, 그렇다면 아기 꿀을 언제부터 먹여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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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누스균이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바이러스균


주로 보툴리누스균으로 불리우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혐기성 세균으로, 평소에는 아포(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세포의 형태를 변형시킴) 형태로 그 자체로는 독성을 띄지 않지만 산소가 없는 혐기성 조건에서는 발아하여 독소를 분비하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운동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아 근육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며, 독 자체는 매우 치명적이라 반수치사량(사망률이 50%에 이르는 투여량)이 약 10억분의 1그램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주 극미량(?)의 양으로는 오히려 피부노화 방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성형의학분야에서는 아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톡스가 바로 이 보툴리누스균에서 추출한 물질이죠. (미량의 보톡스가 얼굴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피게 하는 원리입니다.)

이 세균은 보통 흙 속에 아포 형태로 많이 존재하며, 통조림 등 밀폐된 용기 내로 들어가면 발아하여 독성을 내뱉습니다. 성인이 이 발아한 균을 섭취하여 보툴리누스 중독에 걸렸다면 매우 위독한 상태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이며, 일상 식품에 아주 극미량 첨가된 아포 형태의 보툴리누스균에 대해서는 우리몸의 자체 해독작용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직 장기가 잘 발달되지 않은 아기들은 자체 해독능력이 성인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성인들에게는 괜찮은 미량의 보툴리누스균도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죠. 

이제부터 아기들에게 보툴리눔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아기에게는 특히 위험한 보툴리누스균

꿀속에 함유된 보툴리누스균


미량이 보툴리눔균이 포함된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벌꿀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벌꿀에서는 약 13%의 꿀이 보툴리눔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정보출처 : 한국소비자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산 벌꿀을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

영아가 꿀 속의 보툴리눔에 감염되면 '영아 보툴리누스증'에 걸리게 되는데, 이 증상의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영아 보툴리누스증(Infant Botulism)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에게만 발병하며, 식품속에서 보툴리누스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의해 발병하는 종래의 보툴리누스 식중독과 달리, 보툴리누스균의 아포를 섭취하여 이 아포가 영아의 몸속에서 발아하고 증식하여 만들어내는 독소에 의해 발병함. 증상은 아래와 같음.

① 전조증상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으며, 점차적으로 흡유력이 떨어짐.
② 행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체력이 저하되며, 침을 흘리고 평소와 다르게 울기도 함.
③ 머리를 가누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며 호흡곤란이 오기도 함.
④ 중증의 경우 기도가 막혀 사망에도 이름
⑤ 구토나 설사같은 일반적 식중독 증상은 나타나지 않음.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인과 영아의 보툴리누스증 발병 원인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성인 보툴리누스증 : 보툴리누스균이 식품 속에서 발아하여 독소를 내뿜는 형태를 직접 섭취
○ 영아 보툴리누스증 : 보툴리누스균이 발아하지 않은(독성을 내뿜지 않는) 아포 섭취만으로도 중독

즉, 성인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아포형태의 보툴리눔이 영아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의 식품의약품청(FDA), 소아과학회 및 질병통제센터를 비롯하여 일본, 스웨덴의 보건당국에서도 생후 1년 미만의 아이에게는 벌꿀을 먹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소비자원 및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아기에게 꿀을 먹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도 일부 소비자들이 아기에게 벌꿀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보툴리누스균은 자연계 어디에나 흔히 존재하는 균이며, 특별히 상용화된 백신은 없습니다. 따라서, 치료 뿐만 아니라 예방관리도 매우 중요한데요, 예방 수칙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보툴리누스증 예방 수칙

① 음식 조리 전에 손과 용기를 깨끗이 씻는다.
② 보관 음식은 햇볕을 피하고 냉장보관한다.
③ 저장 식품을 10분이상 끓여 조리한다.
④ 캔이나 저장 용기가 부풀어 오른 경우, 섭취를 삼가야 한다.
⑤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꿀을 먹이지 않는다.

사실 독소 형태의 보툴리눔은 섭씨 80도에서 20분, 100도에서 1~2분정도 가열하면 모두 파괴시킬 수 있지만, 아포 형태의 보툴리눔은 100도에서 360분, 110도에서 36분, 120도에서 4분을 가열해야만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열에 강한 물질입니다.

따라서, 아포만으로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영아에게는 애초에 의심이 되는 식품을 먹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마치며

오늘은 보툴리누스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왜 영아에게 위험한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른들은 아포형태의 보툴리누스균이 들어있는 꿀을 먹어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만.. 아직 장기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생후 1년 미만의 아기를 키우시는 부모님들께서는 이 점 특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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