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투자와 관련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볼겸 해서요. 오늘은 주식과 관련된 내용 중 액면분할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액면분할의 뜻
액면분할의 사전적인 정의부터 알아보도록 할게요.
▶ 액면분할(Stock Split)
납입자본금의 증감없이 기존 발행주식을 일정비율로 분할하여 발행주식의 총 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함.
사과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사과 1개가 있습니다. 사과 1개의 가격을 10만원이라고 가정해볼게요. 2조각으로 나눈다면 1조각에 5만원이고, 4조각으로 나눈다면 1조각에 2만5천원이 될 겁니다. 그렇다고 사과1개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몇조각을 내더라도 모두 합친다면 10만원짜리 사과 1개가 되니까요.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쪼개기 전 사과가 바로 액면분할 전의 주식입니다. 주당 100,000원짜리 주식을 2주로 액면분할하게 된다면, 주당 50,000원짜리 주식 2주로 나뉘게 되는 것이며, 4주로 액면분할한다면 주당 25,000원짜리 주식 4개로 나뉘는것이죠.
즉, 액면분할이란 단순히 주식을 쪼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왜 쪼개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실제 예시를 들어볼까요? 몇년전에 아모레퍼시픽 1주의 가격이 400만원을 넘은 적이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1주의 가격이 너무 높다보니 아모레퍼시픽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하였는데요, 당시의 주가와 기업가치를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5년 5월 7일 기준, 출처 : 네이버 증권)
<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전 후 비교 >
구 분 |
총 주식 수 |
1주당 액면가 |
1주당 주가 |
시가총액 |
액면분할 전 |
5,845,849주 |
5,000원 |
3,884,000원 |
22조 7052억원 |
액면분할 후 | 58,458,490주 | 500원 | 388,400원 | 22조 7052억원 |
(여기서 액면가란, 주식의 표면가격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주가는 액면가로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기존의 주식을 10개로 쪼개었으니, 1주당 주가도 1/10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인 시가총액은 동일하죠. 실제로 기업의 자본금이나 다른 자산가치 역시 액면분할 전/후 모두 동일합니다.
이쯤되니 조금 의문점이 듭니다. 액면분할을 한다고 기업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게 아닌데.. 왜 굳이 주식을 쪼개는 수고스러운 일을 하는 걸까요?
액면분할을 하는 이유
액면분할은 위에서 설명했던 것 처럼 기업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 한개를 먹기 쉽게 조각조각 낸다 하더라도, 사과 1개의 총량이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굳이 왜 주식을 조각조각내서 액면분할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크게 2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주식 유동성 증가를 위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식의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치킨요정에겐 400만원의 비자금이 있습니다. 이걸로 주식을 사려고 해요. 뭘 살까 고민하다가 삼성전자를 보게 됩니다. 삼성전자 1주의 가격은 약 250만원입니다. 치킨요정은 고민을 하게 되죠.
"나에겐 400만원이 있지만.. 이걸로 고작 삼성전자 주식을 1개밖에 못사네? 차라리 다른걸 사야겠다..!"
이렇듯 삼성전자는 주식 1주의 가격이 왠만한 일반인 월급보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주식을 사고싶어하는 사람들이라도 선뜻 매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삼성전자가 회사주식을 1/10 가격으로 액면분할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1주에 25만원이라면 일반인들도 좀더 쉽게 접근이 가능할겁니다.
실제로 주당 가격이 비싼 주식은 소액투자자들에게는 투자대상으로써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춘다면 소액주주들도 투자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래량도 풍부해집니다.
거래량이 높아지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구요. (하지만 거래량 상승이 꼭 주가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2. 기업의 경영방어를 위해
기업관점에서도 액면분할은 잇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유통주식이 많아지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되는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이죠.
생각해봅시다. 적대적 M&A를 위해 100만주의 주식을 확보하는데 드는 시간과 1,000만주의 주식을 확보하는데 드는 시간을 따지자면, 후자가 훨씬 오래 걸릴 것입니다. 많은 소액주주들에게 흩어진 주식을 사들이는데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보통 액면분할의 이유로 유동성 확보를 많이 들긴 하지만, 기업의 경영방어를 위해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액면분할에 대한 또다른 시선
※ 버크셔A주 주가, 출처 : 구글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이죠.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잘 알려진 워렌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주식은 A주와 B주로 나뉘는데요, A주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한번도 액면분할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이 A주의 1주당 가격은 31만달러가 넘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1주당 3억3천만원이 넘는 셈이죠.
왠만한 집한채값과 맞먹습니다.. 이러니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사고싶어도 살 수가 없죠. (추후 이 소액투자자들에게 버크셔에 투자할 기회를 주기 위해 1주당 가격이 훨씬 저렴한 B주를 상장했다고 합니다.)
왜 이 회사는 주가가 억단위를 넘겼는데도 액면분할을 하지 않을까요? 바로 버핏의 투자철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워렌버핏은 주주를 사업파트너로 여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유할 투자자만 끌어들인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크셔A주의 주식 발행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A주를 구입한 사람들은 사업파트너로써의 가치를 입증하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유동성보다는 희소성에 중점을 둔 '명품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라는 회사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면이기도 하죠.
요새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철학을 따라 액면분할을 하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많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치며
오늘은 주식 액면분할의 뜻과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유동성 확보 및 적대적 M&A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많이 쓰이는 액면분할이지만, 이것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것 또한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기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인이라면 유동성과 희소성중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있다면 투자라는건 너무 쉬울 테니까요 ^^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