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간에 서킷브레이커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는데요, 사실 과열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장치가 서킷브레이커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주식시장에 있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인 사이드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주식 사이드카 발동 조건 및 효과입니다.
프로그램매매와 사이드카 제도
① 프로그램매매란?
사이드카 제도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그램매매라는걸 알아야 합니다. 왜냐면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를 제한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 프로그램매매
지수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를 지칭하는 용어
프로그램매매는 폭넓은 의미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매매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 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매를 위와 같은 폭넓은 의미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2조], [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제2조]에서는 프로그램매매를 '지수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중 하나에 해당하는 거래라고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지수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가 뭔지 알아보지 않을수가 없겠네요.
구 분 | 내 용 |
---|---|
비차익거래 | 한사람이 코스피(또는 코스닥) 구성종목 중 15종목 이상을 동시에 거래하는 행위 |
차익거래 | 코스피지수(또는 코스닥지수) 구성종목의 주식집단(현물바스켓)과 코스피선물·옵션(또는 코스닥선물·옵션)과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현물바스켓과 선물·옵션을 연계하여 거래하는 행위 |
먼저 비차익거래부터 알아볼게요. 보통 일반인은 여러 종목의 주식을 동시에 주문할 수 없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주식 주문을 손가락이나 마우스로 할텐데, 수십 종목의 주식을 동시에 주문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데 만약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한번의 클릭만으로도 수십개의 종목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스피(또는 코스닥) 구성종목 중 15종목 이상을 동시에 거래하는 것을 비차익거래라고 합니다.
지수차익거래는 비차익거래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우리나라는 증권시장 말고 파생상품 시장이 따로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코스피선물, 코스닥선물과 같은 선물상품도 팔고 있죠. 선물이 뭐냐하면... 특정 자산을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파는 거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코스피지수(현물)와 코스피선물은 거의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간혹 이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커질때가 있습니다. 이런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거래하면 무조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요, 이렇게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프로그램매매를 하는 것을 지수차익거래(리스크가 없다고 하여 무위험 차익거래라고도 부름)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코스피선물 가격이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있다면, 프로그램은 코스피선물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주식시장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떨어지게 되죠.
차익거래와 선물같은 어려운 개념이 나와서 조금 복잡하죠? 이 둘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히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요점은 프로그램매매란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를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프로그램매매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프로그램매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히 크다는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제 프로그램매매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사이드카 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② 사이드카제도 도입 배경
· 프로그램매매 호가효력 일시정지제도(Sidecar)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일어날 경우 프로그램매매의 호가효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매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고자 도입된 제도
사이드카제도는 1987년 10월 19일 뉴욕증시가 대폭락했던 블랙먼데이 사건 이후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서킷브레이커 등과 함께 도입된 제도입니다. 블랙먼데이 사건 직후 미국은 주식시장 붕괴의 원인과 파급효과 조사를 위한 "브래디 위원회(Brady committee)"를 구성했습니다. 이 위원회가 발행한 "브래디 보고서"에는 블랙먼데이의 주요 원인이 프로그램매였다는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몇가지 근거가 아래와 같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① 블랙먼데이 당시 프로그램 매매거래량이 역대 가장 높은 수치(NYSE 거래량의 18.9%)를 기록하였음.
② 이날 하루 중 일정시점에서 프로그램 매매거래량이 S&P 구성종목 전체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였음.
그리고 미국은 이 보고서의 결과를 인용하여 사이드카, Tading Collar와 같은 제도들을 증시에 도입했습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일어날경우 프로그램매매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인 발동조건과 효과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미국은 사이드카제도가 폐지된 상태입니다. 사이드카 도입 이후 그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결국 1999년 2월에 폐지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프로그램매매에 의한 가격변동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1996년 11월에 사이드카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처음 도입 당시에는 선물가격이 기준가격대비 ±3% 이상 변동하여 5분간 지속되는 경우에 발동됐었는데, 너무 자주 발동되다보니 현재는 발동조건이 조금 강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사이드카는 언제 어떻게 발동될까요? 구체적으로 사이드카의 발동 조건과 효과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이드카 발동 조건 및 효과
2020년 현재 한국형 사이드카제도의 발동 조건과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16조], [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제13조])
구 분 | 발동 조건 | 발동 효과 |
---|---|---|
코스피시장 | 기준종목 가격이 전일대비 ±5% 이상 변동하여 1분간 지속시 | 5분간 프로그램매매 차단 |
코스닥시장 | 기준종목 가격이 전일대비 ±6% 이상 변동하고 코스닥150지수의 수치가 전일 대비 ±3% 이상 변동하여 1분간 지속시 |
여기서 기준종목이란, 국내지수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종합주가지수(코스피200, 코스닥150)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거래종목 중 전일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을 의미합니다. 주로 코스피시장에서는 '코스피200선물 최근월물', 코스닥시장에서는 '코스닥150선물 최근월물'이 기준종목으로 선정됩니다.
그 밖에 사이드카 발동시 참고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 사이드카 발동시 참고사항
- 사이드카는 시장별로 1일 1회만 발동됨.
- 사이드카 발동 후 5분이 경과하면 프로그램매매 접수순에 따라 매매체결이 다시 이루어짐.
- 장 종료 40분 전 이후에는 발동조건에 도달하더라도 발동되지 않으며, 이미 발동되었더라도 장 종료 40분전에는 거래가 재개됨.
- 사이드카 발동시 프로그램매매만 5분간 제한되며, 직접매매는 제한되지 않음.
- 사이드카 발동 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경우에는 서킷브레이커가 해제된 후에 매매가 재개됨.
언뜻 보면 서킷브레이커 제도와 유사해보입니다. 사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의 도입 취지는 매우 유사합니다만, 제재 강도에 큰 차이가 있죠. 그렇다면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와의 차이점
구 분 | 사이드카 | 서킷브레이커 |
---|---|---|
발동 조건 |
코스피·코스닥지수 선물상품 가격이 전일대비 ±5%(코스닥은±6%)변동하여 1분간 지속시 |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전일대비 8%/15%/20% 이상 하락하여 1분간 지속시 |
발동 효과 | 프로그램매매 5분간 정지 |
1,2단계 : 시장전체 20분간 거래정지 3단계 : 시장전체 거래종료 |
발동시 적용 범위 |
프로그램매매만 정지 |
시장 참여자들의 모든 거래 정지 |
발동해제 조건 |
사이드카 발동 5분 후 또는 장종료 40분 전 |
서킷브레이커 발동 20분 후 |
상대적 강도 | 약함 | 강함 |
제도의 성격 | 선물이 현물에 영향을 미치기전에 조기차단하는 예방적 성격 | 선물, 현물시장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사후 처방 |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적용 범위입니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만 정지하는 반면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 거래를 정지시키므로, 상대적인 제재 강도가 훨씬 큽니다. 사이드카가 증시변동을 예방하는 수단이라면, 서킷브레이커는 증시 안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인 것이죠.
마치며
오늘은 서킷브레이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제도인 사이드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두 제도 모두 증시의 안정을 위한 장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용 범위와 강도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사이드카는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수백번 이상 발동되었지만, 서킷브레이커는 정말 큰 경제위기가 온 순간에만 제한적으로 발동되었습니다. 이제 두 제도에 대해 헷갈일 일은 없겠죠?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