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온 경제사에서 금은 빠질 수 없는 요소중 하나입니다. 금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귀금속으로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였기 때문이죠. 당시 달러를 비롯한 다른 화폐들은 단지 금으로 교환하기 위한 교환권의 개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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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본위제가 폐지된 뒤로 화폐로써의 지위는 잃어버렸지만, 금은 아직까지도 실물자산으로써 달러, 엔화와 함께 3대 안전자산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은 오늘날의 경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오늘은 대표적 안전자산의 하나인 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금의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금의 가격 결정 요인
경제학자들은 금의 가격이 크게 4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 금의 가격 결정 요인 4가지
① 달러
② 금리
③ 안전자산 선호현상
④ 그 밖의 수요
1. 달러
금은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이지만, 달러의 대체재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대체재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대체재
같은 효용을 주는 서로 다른 재화. 예를 들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버터와 마가린은 대체재 관계임.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여 수요가 줄어들 경우, 대체재의 수요는 증가함.
금은 달러의 대체재이므로, 달러의 안전성이 높아질수록 금의 매력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다른 요인이 고정적일 때에는 달러와 금의 가치는 반비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금은 달러로 표시되는 실물자산입니다. 즉, 국제 금시장에서 금은 달러화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통화가치는 올라갈 것이고, 다른 통화를 보유한 사람들은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금을 살 수 있으므로 금 수요가 늘어나서 금값이 올라가는 것이죠.
2. 금리
금은 안전자산으로써 채권과 대체재의 성격을 띠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해를 보지 않는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고 생각해볼게요. 금을 보유한다고 해서 이자가 들어오진 않지만, 비슷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기존에 금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도 금을 팔고 채권을 사려할 것입니다. 즉, 금리가 오르면 금보다 채권 수요가 늘기 때문에 금값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금리변동에 인한 유동성으로도 금 가격 변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금리가 내려가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면 사람들은 주식,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도 투자하겠지만 금에도 일정 수요가 몰릴 것입니다.
3. 안전자산 선호현상
금은 글로벌 경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면 투자수요는 안전자산(금, 달러, 엔화 등)이 아닌 위험자산(주식, 부동산 등)으로 몰리게 됩니다. 따라서 금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국제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대부분의 투자수요는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금값은 무려 2.5배 가까이 상승했었죠.
4. 그 밖의 수요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요소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금의 직접 수요 현상입니다. 금은 사실 투자자산으로써도 많이 사용되지만, 귀금속 분야, 산업분야에서의 수요가 더 큽니다. 만약 이런 수요처들로부터 금의 수요가 갑자기 몰린다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위와 같은 금의 직접적인 수요처는 어디가 있을까요?
금의 주요 수요처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서는 금의 수요처를 크게 4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 금의 수요처 4가지
① 귀금속(보석류) 수요
② 투자 수요
③ 중앙은행 수요
④ 산업(과학기술) 수요
관련 링크 : 세계금협회 연도별 금 수요통계 데이터
구 분 | 수요량 | 비율 |
---|---|---|
보석류 | 2,200 톤 | 50.6 % |
투자 | 1,159 톤 | 26.7 % |
중앙은행 | 651.5 톤 | 15.0 % |
과학기술 | 334.6 톤 | 7.7% |
전체 | 4,345.1 톤 | 100.0 % |
각각의 수요처에 대해 살펴볼게요.
먼저 귀금속 수요입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14k 로즈골드 귀걸이, 목걸이부터 24k 순금 거북이까지... 어딜 가도 금으로 만든 귀금속은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명품가방, 보석 등 다른 사치품들도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금만한 사치품도 없죠. 통계에 따르면 금의 귀금속 수요는 전체 수요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투자수요입니다. 시중에는 금과 관련된 투자처가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금과 관련된 ETF, 금 통장 및 기타 금펀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런 금과 관련된 투자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금 투자상품 운용을 위해 직접 금을 보유해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금 투자상품의 수요가 몰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실물 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납니다.
실제로 금 수요의 절반은 귀금속 수요이지만, 가장 변동성이 큰 수요는 바로 투자수요(위 그래프의 초록색 부분)입니다. 즉, 투자수요가 금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그래프의 초록색 부분이 많았던 2010~2012년 사이에는 금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초록색 부분이 적은 2013~2015년도에는 금 값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금의 주요 수요처 중 하나입니다. 혹시 영화에서 은행 금고에 금괴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실제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이처럼 금괴를 쌓아두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혹시 모를 경제위기에 대비하여 많은 양의 안전자산을 비축해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수요(과학기술)입니다. '그 귀한 금을 산업에 쓴다고?'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금은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내 주요 부품들의 원료로 쓰이며 치과 등 의료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드린 금의 가격결정 4가지 요소는 투자수요 및 중앙은행수요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귀금속 수요와 산업 수요가 크게 변동할 경우에도 금 값이 변동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금의 가격 결정요인 4가지, 그리고 금의 주요 수요처 4가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하락(금값 상승 경향)하는 동시에 금리가 상승(금값 하락 경향)하고 있다면 금값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솔직히 쉽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대다수의 수요층이 금리 상승 요인을 더 크게 본다면 금값은 내려갈 것이고, 반대로 달러 하락 요인을 더 크게 본다면 금값은 올라갈 테니 말이죠.
결국, 금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수요층의 결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다른 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다만 세계경제에 큰 위기가 닥치는 순간이 온다면 금은 안전자산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때는 과감히 금에 투자해도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