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관련된 이론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 중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을 하나 꼽자면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을 들 수 있겠네요. 사실 이 이론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있긴 하지만, 이론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많이 개입되어 부정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서의 활용성은 인지도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저 역시 이 이론을 완벽히 알고 있진 못하구요. 그럼에도 제가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이론의 접근방식이 매우 독특해서 이러한 접근방식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록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해지지만 창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주식 이론가들은 차트의 객관적인 움직임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엘리어트처럼 차트의 움직임이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심리에 따라 일정한 리듬을 갖는다는 다소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 분석했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은 발표 당시에도, 심지어 지금도 상당히 파격적인 접근방식이라고 평가받고 있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이론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경제식견을 넓힌다는 취지로 포스팅을 작성했습니다. 따라서 파동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내용상 2개의 포스팅으로 나눠서 구성하였으며, 그 중 첫번째 포스팅은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요약 정리입니다.
- 엘리어트 파동이론 (1) - 요약 정리
- 엘리어트 파동이론 (2) - 차트에서 파동을 찾는 방법
파동이론의 창시자, 랄프 넬슨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언급하기 전에 이 이론의 창시자인 R.L 엘리어트(Ralph Nelson Elliott, 1871~1948)에 대해 잠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871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전신 오퍼레이터, 속기사, 배차원, 레스토랑의 회계담당 등 여러 직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특히 회계업무에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였고, 그의 회계능력을 인정한 미국 국무부는 그를 니카라과 재정문제를 담당하는 회계사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어트는 1927년에 이질에 걸려 다니던 회사를 조기퇴사하고 약 5년간 병상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50대 중반에 들어서야 주식을 처음 접한 셈이죠. 그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특정한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투병생활을 하던 5년 동안의 연구 끝에 '파동이론'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는 자신이 구독하던 증권사 일간지에 자신의 이론을 기고하게 됩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조만간 주식시장에 대폭락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놀랍게도 1937년 주식시장이 고점 대비 50% 수준의 대폭락을 겪으면서 그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는 1937년 증시대폭락 이후에도 파동이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을 예측하였고 대부분 적중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창안한 이론이 도대체 어떤 이론이었기에 당시의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동이론의 핵심 철학, 자연의 법칙
· 자연의 법칙
모든 우주 만물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며, 이는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에게도 적용됨. 즉,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정한 파동 형태로 반복되며, 이런 패턴을 계량화 할 수 있다면 미래의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음.
자연의 법칙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빛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도,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는 것도 모두 자연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심리도 자연의 법칙으로 규명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세계 70억 인구를 일일히 비교해봐도 똑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테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연예인을 유독 좋아하고, 특정한 부분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특정한 아이템에 열광하곤 합니다. 엘리어트는 인간의 이런 집단심리 역시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따라서 그는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 속에 자연의 법칙이 녹아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엘리어트는 이러한 인간의 행위가 매일매일 낱낱이 기록되는 주식 차트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주식 차트를 인간의 집단심리를 분석하는 데이터로 활용했던 것이죠. 그는 수많은 차트를 연구한 끝에 주식 차트가 공통적으로 어떤 패턴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주식시장의 변동을 크게 패턴, 시간, 비율 세가지 관점을 통해 분석했으며,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피보나치 수열(1-2-3-5-8-13-21-34... 등으로 이전 두 숫자의 합이 다음차례 큰 숫자와 같은 형태로 이뤄진 수열)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파동과 파동사이의 길이의 비가 0.618 또는 1.618을 이룬다던지(피보나치 수열의 연속된 숫자를 서로 나누면 0.618과 1.618의 값이 나옴), 한 사이클을 이루는 파동의 갯수가 3개와 5개를 합한 8개라던지 말이죠.
참고로 이 피보나치 수열은 자연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요, 해바라기의 꽃씨의 배치,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변의 비율 등에서도 피보나치 수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가 주식차트에서 발견한 파동의 모양은 어떤 형태였을까요? 이번에는 엘리어트 파동의 모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동이론 핵심 요약
① 파동의 기본구조
파동이론을 접해본 분이라면 아래 그림을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엘리어트 파동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상승5파-하강3파 총 8개의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피보나치 숫자(3, 5, 8)를 여기서도 관측할 수 있죠.
참고로, 상승시장에서 상승하는 파동을 충격파(Impulse Wave)라고 부르며, 상승시장에서 하강하는 파동은 교정파(Corrective Wave)라고 부릅니다. 반면 하강시장에서는 하강하는 파동을 충격파, 상승하는 파동을 교정파라고 부릅니다. 용어가 헷갈릴 수 있으므로 아래에 정리해두었습니다.
· 파동 방향에 따른 용어
- 시장의 진행방향과 동일 방향의 파동 : 충격파(Impulse Wave)
- 시장의 진행방향과 반대 방향 또는 정체하는 파동 : 교정파(Corrective Wave)
엘리어트는 주식차트의 변동이 위와 같은 패턴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이뤄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파동은 다시 아래 그림처럼 하위파동의 사이클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죠.
상승시장에서의 충격파인 1파, 3파, 5파는 다시 5개의 작은 파동으로 구성됩니다. 반면 상승시장의 교정파에 해당되는 2파와 4파는 3개의 하위파동으로 구성됩니다.
하강시장에서도 동일한 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강시장의 충격파인 a파와 c파는 5개의 하위파동으로 구성됩니다. 반면 교정파에 해당되는 b파는 3개의 하위파동으로 구성됩니다.
② 파동의 사이클
각각의 하위파동들은 다시 더 작은 파동의 사이클로 이뤄집니다. 엘리어트는 이런 파동의 사이클이 작게는 몇분~몇시간에서 크게는 수십년 간의 차트에서도 모두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논문에서는 파동의 사이클을 총 9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주기에 따른 사이클의 명칭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 엘리어트가 이름붙인 사이클의 명칭 및 주기
- 그랜드 슈퍼사이클(Grand Supercycle) : 100년 이상의 주기
- 슈퍼사이클(Sypercycle) : 100년 이하의 주기
- 사이클(Cycle) : 약 30년의 주기
- 프라이머리(Primary) : 약 10년의 주기
-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 : 월간
- 마이너(Minor) : 주간
- 마이뉴트(Minute) : 일간
- 미뉴에트(Minuette) : 시간
- 서브미뉴에트(Sub-Minuette) : 시간 이하
그리고 엘리어트의 파동은 프랙탈(작은구조가 전체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 구조이므로, 이론적으로 위에 열거된 주기들보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생겨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사이클별 주기 역시 절대적인 값은 아니라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0년 주기설이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10년마다 경기침체가 온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 말인데요,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에 따르면 10년마다 프라이머리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온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③ 교정파의 형태
엘리어트는 충격파보다 교정파를 관찰하는 것이 더 어려우며, 교정파를 잘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엘리어트는 교정파의 형태를 크게 3가지로 나눴으며, 이 3가지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불규칙한 형태라고 따로 정의했습니다.
· 엘리어트가 정리한 교정파의 형태
- 지그재그형
- 플랫형
- 삼각형형
- 불규칙형
각각의 형태는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교정파가 단순히 그림과 같은 형태로만 표현되진 않습니다. 삼각형의 경우에도 상단플랫 하단상승, 상단하강 하단플랫 등 세부적으로는 더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교정파가 3개의 파동으로 이뤄진 반면, 삼각형의 경우에는 5개의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네요. 3가지 형태에 포함되지 않는 교정파는 모두 불규칙형으로 분류했습니다.
④ 연장파
연장파는 충격파에서만 관측되는 파동이며, 교정파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앞서 충격파는 5개의 파동으로 이루어졌다고 언급했었죠? 그러나 충격파에 연장파 형태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5개 이상의 파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죠.
그림에서 충격파의 마지막 5파가 하나의 파동이 아니라 5개의 하위파동으로 나뉘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5)파가 다시 5개의 하위파로 나뉜다면 연장파로 인해 총 13개의 충격파가 생기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엘리어트 파동은 반복적인 프랙탈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연장파 역시 이론적으로는 무한정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 차트에서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연장파와 교정파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파동이론의 한계점
이론 발표 당시 상당한 정확도로 주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차트분석에서 잘 활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제가 정리한 파동이론의 한계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파동이론의 한계점
① 자의적 해석이 많이 개입되므로, 파동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어려움.
②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음.
③ 돌발변수가 많은 경우에는 파동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움.
④ 정확하고 일관된 가격 데이터가 없으면 분석이 어려움.
① 자의적 해석이 많이 개입되므로, 파동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어려움
파동이론이 실무에서 잘 쓰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용자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즉, 차트에서 엘리어트 파동을 그릴 때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많이 개입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10명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차트를 주고 엘리어트 파동을 찾아 그려보라고 문제를 낸다면 10명 모두 같은 답안을 낼 수 있을까요? 엘리어트 본인이 아닌 이상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엘리어트도 "파동원리의 해석은 본인 또는 본인에 의해 허락된 연구자가 제시한 것이 아니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수십년간의 깊이있는 연구 끝에 파동이론을 마스터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②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음
파동이론을 실제로 책으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텐데요, 이론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알아둬야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수십가지 이상의 패턴들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이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들도 많기 때문에 이론을 학습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③ 돌발변수가 많은 경우에는 파동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움
엘리어트는 본인의 이론을 인간이 개입하는 시장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인위적 조작에 의해 쉽게 시세가 변동되거나, 돌발변수가 많은 개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파동이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들이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파동이론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
① 대규모 파동부터 미세한 파동까지 낱낱이 기록한 방대하고 신뢰성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함.
② 인위적 조작에 의해 쉽게 변동되지 않고, 공개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함.
③ 종가 기준이 아닌 차트의 고점과 저점 데이터로 분석을 해야 함.
④ 거래가 오랫동안 이루어져 가치가 검증된 대상이어야 함.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을 찾아보면 종합주가지수, 섹터지수, 금가격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지진, 날씨와 같은 자연현상은 인간의 힘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④ 정확하고 일관된 가격 데이터가 없으면 분석이 어려움
엘리어트가 본인의 이론을 주식차트를 통해 증명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인간의 행동을 가장 방대하고 정확하게 기록했던 분야가 바로 주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서, 파동이론을 적용할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면(예를 들어 거래가 거의 없는 지역의 토지거래 등) 이론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마치며
오늘은 주식 차트를 분석하는 이론 중 하나인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대해 요약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방대한 분량의 이론이지만, 앞서 언급드린 바와 같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정리하였으므로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엘리어트가 직접 작성한 그의 저서 및 후대의 분석가들이 작성한 심화서적들을 읽길 권장드립니다.
포스팅을 읽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기시죠? '엘리어트 파동을 실제로 차트에 적용해서 그릴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엘리어트의 저서에서는 차트를 그리는 자세한 방법까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의 이론은 여러 후발주자들(?)에 의해 다듬어지고 완성되어갔죠. 다음 시간에는 후발주자들에 의해 다듬어진 보다 구체적인 파동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제로 차트에서 파동을 그리는 법을 포함해서 말이죠.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