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경제용어를 연속으로 포스팅합니다. 오늘은 특히 미국 경제시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두가지 용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두 용어는 항상 같이 쓰이는 단어인데요, 바로 '매파'와 '비둘기파'입니다.
매파 vs 비둘기파
※ 비둘기와 매, 출처 : pixabay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정치적인 성향을 나누곤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매파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년 ~ 1826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들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던건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발발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베트남전쟁을 계속하자고 주장했던 미국의 정치파를 매의 공격적인 성향이 빗대어 '매파'라고 불렀으며, 전쟁을 중단하고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던 정치파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에 빗대어 '비둘기파'라고 불렀는데요.
전쟁 이후에도 미국에서는 정치/외교적으로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는 세력을 '매파', 평화적이고 온건한 스탠스를 취하는 세력을 '비둘기파' 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용어의 뜻이 살짝 다른 성격을 띄는데요, 주로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정책과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세력을 매파로, 경제성장을 위해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세력을 비둘기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 경제적인 의미로써의 뜻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구요.
< 매파와 비둘기파의 정치적, 경제적 성향 비교 >
구 분 |
매파 (Hawkish) |
비둘기파 (Dovish) |
정치/외교적 성향 |
강경파 |
온건파 |
경제적 성향 |
▷ 물가안정 위주 (인플레이션 억제) ▷ 긴축정책과 금리인상을 주장 ▷ 경제적으로 진보성향 |
▷ 경제성장 위주 (인플레이션 장려) ▷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주장 ▷ 경제적으로 보수성향 |
경제학적으로 생각해볼까요?
매파 사람들은 물가안정을 추구한다고 하였습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만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를 재화의 가치보다 높여야 하므로,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줄이고(긴축) 금리를 인상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금리가 높아진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은행의 이자가 높아지므로 사람들은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의 비중을 더 높일 것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출금리가 높아지므로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하지 않겠죠?
따라서 시중에 돈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입니다. 대신 화폐가치의 상승으로 물가는 안정되겠죠.
▷ 매파의 스탠스
물가안정 추구(인플레이션 억제) →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리인상 및 긴축정책 → 시중 통화량 감소 → 경제성장 둔화 및 물가안정
비둘기파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입니다. 이들은 물가안정보다는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을 더 추구하는 입장이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오늘의 컴퓨터가격이 100만원인데, 물가가 계속 상승해서 내일 150만원이 될 걸 미리 알고 있다면, 여러분은 당연히 오늘 컴퓨터를 살 것입니다.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물가상승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즉,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돈을 푸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둘기파는 위와 같은 인플레이션을 장려(디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화폐의 가치를 낮추려 노력합니다.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통해 말이죠.
대신 물가가 계속 상승할 여지가 있으므로 경제펀더멘탈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 비둘기파의 스탠스
경제성장 추구(디플레이션 억제) → 화폐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 → 시중 통화량 증가 → 경제성장 증가 및 물가불안정
매파와 비둘기파를 아는것이 중요한 이유
※ 미국 연방준비제도 깃발, 출처 : 위키백과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ed)라는 중앙은행이 있습니다. 줄여서 연준이라고 부르는데요, 미국의 연준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그 기능이 흡사합니다.
연준의 주요 기능은 달러의 발행과 금리결정입니다. 즉, 미국의 통화정책 권한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연준의장은 미대통령이 임명하므로, 미국 대통령의 경제기조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임명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찌됐든, 한번 뽑힌 연준의장은 4년간의 임기동안 미국의 경제정책에 관해 결정하게 됩니다. 매년 약 8번의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 달러의 금리를 인상할지, 인하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게 연준의장과 FOMC 위원들의 경제관인데요, 이들이 매파이냐 비둘기파냐에 따라 전세계 거시경제의 흐름을 쉽게 읽고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이들이 매파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FOMC 회의때마다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할 것입니다.
달러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 달러 금리가 인상하면?
전세계에 달러로 투자한 투자금(주식, 파생상품)을 회수하여, 미국 채권 및 은행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함. 따라서 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일순간 빠져나가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
※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 급락한 다우지수
단적인 예로 최근의 미국시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2018년 현재 FOMC의 위원들 대부분은 '매파' 입니다. 몇일전 미국이 올해 4차례의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 미국 증시가 폭락한 적이 있습니다. 2월 5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175포인트(-4.6%)나 하락하였는데, 포인트 기준으로 역대 최대의 하락폭이었다고 하네요.
만약 연준이 비둘기파였다면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을 것입니다. 금리인하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 주식시장으로 그 돈이 흘러가기 때문이죠.
▷ 달러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채권과 예금의 수익이 낮아지므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이 많은 돈들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음. 즉 주식시장의 호황이 예상됨.
최근 수년간 미국과 일본의 증시가 계속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비둘기파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오늘은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제용어인 매파와 비둘기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경제를 잘 알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 중 이 매파와 비둘기파는 꼭 이해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세계의 거시경제 흐름을 읽기에 너무나도 기본적인, 그러나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덧붙여 매년 8회에 걸친 미국의 FOMC 회의에도 주목하셔서, 급작스런 증시 변화에도 꼭 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