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제분야보다는 주로 의학, 심리학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두가지 용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와 노시보효과(Nocebo Effect)입니다.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
플라시보효과란, 환자에게 의학적 효과가 없는 가짜약을 복용시켰을 때, 실제로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플라시보는 라틴어로 '마음에 들도록 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14세기에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저녁 기도'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 말이 의학적으로 쓰이게 된건 비교적 최근(?)의 사건 때문입니다.
1794년, 이탈리아의 의사였던 게르비(Gerbi)는 치통환자의 치아에 벌레의 분비물을 발랐더니 대부분의 환자가 더이상 치통을 호소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게르비는 이 분비물로 치통환자 수백명을 치료하며 기록을 남겼는데, 무려 68퍼센트의 환자가 1년동안 치통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히 그 벌레의 분비물이 치통에 효능이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었으며, 단지 게르비와 환자 모두 이 분비물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던 것뿐인데, 실제로 효과를 본 것이었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플라시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와 매우 흡사하다.
위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약들은 대부분 '주술'적 의미의 것들이 많았습니다. 신기한 사실은, 이런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의 치료 혹은 약이 질병을 회복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죠.
또다른 일화도 있습니다.
1957년, 브루노 클로퍼(Bruno Klopfer)는 임파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 환자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 그무렵 크레비오젠(Krebiozen)이라는 신약이 개발되었는데, 언론에서는 이 약이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다. 브루노는 환자의 암이 온몸에 퍼져 이 약이 효과가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환자는 크레비오젠을 먹고 급격히 암이 호전되었다. 이후 언론에서는 크레비오젠이 암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는데, 놀랍게도 그 후 환자는 약을 계속 복용중에 있었음에도 암이 다시 자라나게 되었다.
의사들은 한가지 파격적인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환자에게 더욱 강력한 신약이 개발되었다면서, 환자에게 식염수를 주입하였다. 놀랍게도 환자는 다시 암이 호전되었다.
현대의학은 이러한 사실에 많이 주목하였습니다. 약의 성분이 아닌, 투약방식에 의한 심리학적인 효과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의약계에서는 약의 임상적인 효능을 증명하기 위해 플라시보효과를 이용한 실험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이중맹검 실험이라고 합니다.
신약품을 개발할 때 해당 약이 실제로 임상적인 효능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짜약(위약)을 투여한 집단과 진짜 약을 투여한 집단의 상대적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두 집단은 모두 자기가 진짜 약을 투여받았다고 통보를 받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중맹검실험 결과 약 30%의 경우에는 가짜약을 보고했음에도 병세가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플라시보효과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활용이 될 수 있는데요, 한 실험에 따르면 같은 성분의 약을 다른 가격에 팔았을 경우,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산 사람들의 병세가 더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플라시보효과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① 한번 그 약을 먹은 후 효과를 보았던 사람
②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값이 더 비싸다는걸 인지하고 먹을 때
③ 의사, 병원을 신뢰하는 경우
④ 쉽게 무언가를 믿는 사람
노시보효과(Nocebo Effect)
노시보효과는 쉽게 말해 플라시보효과의 반대말입니다. 즉,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환자가 의심을 품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노시보라는 뜻은 '해친다'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즉, 어떠한 행위가 나에게 고통이나 부작용을 줄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그런 증상이 몸에 나타난다는 뜻이죠.
고대 주술사들이 특정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행위가 바로 이 노시보효과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의학에서도 물론 노시보효과에 해당하는 예가 많이 존재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약물인 스타틴계 약품은, 근육통을 유발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이 약품을 처방할 당시에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들은 사람과 안들은 사람을 비교해보면, 들은 사람의 경우가 근육통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징크스, 나쁜 미신 등을 믿는 것도 일종의 노시보효과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마치며
오늘은 플라시보효과와 노시보효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나 마음가짐이 우리 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인 암시를 한다면 곧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부정적인 암시를 하게 되면 정말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죠.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네요. ^^